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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 먼 자들의 도시' 를 보고 - 보수와 진보에 관해. 본문

보고 듣고, 느끼고

영화 '눈 먼 자들의 도시' 를 보고 - 보수와 진보에 관해.

lancelot50 2008. 11. 2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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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 좋은 영화라 보고싶었는데, 마침 어제 입사 동기들과 같이 볼 기회가 생겨서 강남 씨너스에서 보게되었다.

사람들이 전부 눈이 멀게되고, 주인공 한명만 눈이 정상적으로 보인다.  눈이 먼 사람들이 격리수용되게되는데, 그 격리수용된 사람들의 작은 사회를 보여줌으로써,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있는 듯 하다.

내가 보고서 문득 어떤 생각이 든 장면.

수용소에는 3개의 병동이 있는데, 제3병동에서 총을 가진 자가 나타나서 식량의 배급을 독점하게된다 - 권력을 잡은 것이다.  
그는 돈이 될 만한 것을 바치는 자에게 식량을 나눠주겠다고한다.  당연히 식량 몇번 타먹으면 돈은 금방 떨어지고, 예상했던 귀결대로 그 '권력자'는 '여자'를 대신 바칠 것을 요구한다.
1병동의 사람들은 고뇌하지만 결국 여자들을 보내기로한다.  거의 여자들의 자발적인 지원.  먹고살아야하니까.
짐승같은- 아니, 그 사회는 이미 짐승의 사회이다 - 밤이 지나고1병동의 여자 9명 중에 1명이 죽은채로 돌아온다.  그 댓가로 1병동 사람들은 밥을 먹을 수 있게된다.

희생하는자, 그리고 앉아서 그 희생의 댓가를 나누어먹는자.

계속되는 '권력자'의 요구에 참다못한 주인공은(1병동의 여자), '권력자'에게 가서 가위로 그를 죽인다.  마침내 3병동과 1병동은 전쟁이 일어나게된다.

이 시점에서, 감독은 어떤 장면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남자를 죽이고 돌아왔을때, 그래서 전쟁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때, 1병동에서 거기에 불만을 토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잘 지내고 있었는데, 왜 괜히 문제를 일으키는가 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찾아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불만을 토로하는 남자들은, 결국 희생한것 없이, 그 희생의 댓가를 먹고살았기 때문에, 변화가 두려운 것이다.  자기들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고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득이 옆 사람의 희생에 기반한 것이더라도, 자기들은 일단 안락하게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만약, 같은 사회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내가 상대의 희생을 먹고 살고 있었다는것, 그리고 그들도 참을만큼 참았다는것, 도저히 참을 수 없었을때에 이러렀기때문에 그런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만 했을 것이다.

아, 이런.
그 장면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갑자기 한국 사회, 아니, 그 어떤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생각났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 실제야 어떻든간에, 자기가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내주고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기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생각의 이면에는 자기는 편하니까 다른 사람의 희생따위는 알바가 아니라는 결론 역시 깔려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이기적 본성인가.

다른사람의 희생을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처음에는 분명 자신의 이익을 먼저 셈해보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나서 다른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본 것이다.  그들의 처지를 생각하고 희생을 나누는게 궁극적으로는 자기에게도 유리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거기에서, 나는 보수와 진보를 보았다.
보수는 변하지 않으려는것.  진보는 바로 변화하려는 것이아니던가.

사회의 진보라는 것은 결국, 희생을 공정히 나누는 과정이라는 측면도 있는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