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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조지 레이코프 본문

보고 듣고, 느끼고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조지 레이코프

lancelot50 2009. 4. 26. 22:44
 

 미국의 민주당이 왜 공화당에게 패배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인지과학적인 측면에서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자기 이익에 반하는 정당인 공화당에 투표를 하게될까요?

이런 고민은 정확히 한국사회에도 적용됩니다. 
도대체 왜 민주노총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1%를 위한 부자당의 대표를 지지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합리적 사고를 거쳐 지지할 정당을 결정하고 투표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겁니다.  사람들은 '자기이익'을 향해 투표하지 않고, '자기 가치관'을 향해서 투표하기 때문이라는거죠.

그렇습니다.  이건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문제도 정확하게 이 지점이죠.  사람들의 의식이 계급을 배반하고 있다는 것.
30년을 월급생활자로 지내오신 아버지, 그런 월급생활자의 아내로 30년을 지내온 어머니가, '이명박'이 가지는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게 바로 문제인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사고하는대로 행동하니, 투표결과는 당연한 것이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지점에서, 이 책은 이렇게 말합니다.  개념을 담은 말을 많이 만들어내서 가치관을 선점해야한다고.  미국의 우파들은 가치관을 선점했기때문에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그래서 어떤 논의가 발생했을때, 그 가치관을 담은 언어를 먼저 내놓아야만 의제를 자기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논의에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 언어에 딸린 생각의 틀을 던져 내놓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어와 그 언어에 딸린 생각의 틀을 먼저 내놓을 수 있으면 사고의 틀을 선점하고 들어갈 수 있게됩니다.'

우리는 '당연지정제폐지', '녹색성장', '세금폭탄' 이런 말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있습니다.  이런 언어들은 우리의 논의를, 저들이 지배하는 프레임으로 끌어들입니다. ('세금폭탄'이라는 말은 '폭탄'이라는 단어와 함께 '나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세금은 나쁜거니 줄여야된다'라는 사고의 틀을 갖고 논의가 시작되어버립니다)

우리는 그 대신에 '큰병원 살판났네', '건설지상주의', '복지국가' 같은 말을 사용해야합니다.
내 입장을 배반하는 프레임을 끌어들이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됩니다.


더 나아가서, 중요한 것은, '그러니까 자신의 사고의 틀을 가진 언어를  잘 사용할 수 있게 해야하고, 그러려면 먼저 개념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하니까, 따라서 명확한 사고를 가져야한다' 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바로 생각이 떠오르게 되지요.

'세금폭탄'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바로 '복지국가' 라는 다른 프레임을 바로 끌어올 수 있을 정도로 사고를 평소에 명확하게 하고있어야합니다(그리고 자꾸 말하는 연습을 해야됩니다.  이것도 중요) 

A: 이런 '세금폭탄'같으니!
B:'복지국가'를 그렇게 말하다니, 너는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힘센 사람만 배부르길 원하는구나?

라고 말이죠.


이런것은 정확하게 일상생활에도 적용됩니다.  말 잘하는 사람들을 보세요.  적절한 단어의 선택을 통해 언어를 먼저 던지고, 자신의 사고의 틀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이지요.  (좀 더 나가면 이게 바로 '언론을 지배하려고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를들면,

A : 이 카사노바 같으니
B : 오해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벌써 지고 들어가는 거이고,

A : 이 카사노바 같으니
B : 미혼의 젊은 청년이 매력적인 여성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식으로 해야하는거지요.



덧.
첫번째 읽었을 때는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사고하는 연습/말하는 연습을 해야한다'라는 것 보다도 보수/진보의 구분이 좀 더 눈길이 갔습니다.
어릴때부터 제가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가, '아니, 도대체 보수는 뭐고 진보는 뭐야?  뭐길래 저리 떠드는 것이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게 구분이 모눈종이 눈금처럼 정확한 것도아니구요.  뭔가 뿌옇게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요.  이 책을 보면 그 경계가 조금은 뚜렷이 드러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보수의 모델은 '엄격한 아버지', 진보의 모델은 '자상한 부모님'의 모델입니다.   그 내용만 찬찬히 읽어보아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과연 나의 가치관은 어떤 것일까요?


덧2.
두번째 읽고 있는데, 뭐랄까요, 조금은 좌절이 느껴집니다.
사실은 이런 언어들은 약점을 가리는데 사용하는데요.  예를들면 건설하면 환경이 파괴되니까 환경주의자들이 반대합니다.  그러면 '녹색성장' 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그 단점을 가리는 것이지요.
여성들은 '진심으로' '사랑', '아이들을 위해'라는 단어들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시대통령은 여성들에게 강연할때는 그런 말이 많이 들어간 연설문을 쓴다고 합니다.

이런게 인지과학을 이용한 수법인데요, 결국 그렇게 보니 이것은 '사기꾼의 수법'입니다.  듣기좋아하는 말을 앞세워서 진실을 가리는 것이지요.   사실은 진실은 그 반대인 것입니다(도대체 친환경을 뜻하는 '녹색'이, 건설을 내포하고 있는 '성장'과 어떻게 공존할수 있다는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하니까, 인간에 대한 회의랄까? 그런게 느껴집니다.  결국 사람이란건 듣고싶은 말을 들려주는 사람을 믿고 신뢰하게 되게 마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선거할때 앞에서 온갖 감언이설로 '장미빛 미래'를 약속해놓고 정작 투표가 끝나면 지 유리한 짓만 하는 놈들이나, 온갖 '장미빛 미래'를 약속해놓고 돈을 받거나,사기를 완성하고 나면 줄행랑치는 사기꾼의 모습이 정확하게 이 지점에서 만납니다.

사람들이 사기에 당하는 이유는 '명백한 진실'을 애써 외면한 채, 자기가 믿고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지요.

인간이란 원래 그럴수 밖에 없는 존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