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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얼굴 - 김두식 본문

보고 듣고, 느끼고

평화의 얼굴 - 김두식

lancelot50 2010. 10. 31. 22:36
평화의얼굴총을들지않을자유와양심의명령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학일반 > 사회비평에세이
지은이 김두식 (교양인, 2007년)
상세보기

김두식 시리즈, 그 네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책입니다.  그 연유와 역사, 그리고 한국에서의 역사와 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대체복무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네요.

책을 읽으면서 살짝 충격적이었던 것은, '양심'이라는 말이 서양에서의 쓰임과 한국에서의 쓰임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였습니다.
'양심'(conscience) 라는 말이 서양에서는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이 떳떳함을 의미하는 것인 반면에, 한국사회에서는 그것이 '도덕적 법칙'과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양심냉장고' 뭐 이런거 아니겠어요?   한국사회에서는 규칙과, 질서, 도덕 같은 보편적 가치에 해당하는 말이 바로 '양심'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책에 나오는 것처럼, '나는 양심적 병역거부 할꺼야' 라는 말을 하면 '그럼 군대 간 나는 비 양심적이란 말이냐'라는 반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원래 '양심적 병역거부'는 개인의 신념이기때문에, '나는 내양심에 따르면 그 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어떤이는 '내 양심에 따르면 정말 나쁜놈, 사회악은 죽어야되' 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둘 다 '양심적'일 수 있는 것이거든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인식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자리잡히려면 일단 용어부터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양심에 따른'이라고 고쳐부르고 있지만, 이미 '양심'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틀려먹게됩니다.  제가 생각할때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보다는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하는게 한국 사회에서 conscience에 대한 좀 더 타당한 번역이 아닐까 하는군요.

서론이 좀 길었는데, 사실은 저도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모든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편입니다.  제 자신은 그런 용기가 없어서 사회에 대해 대놓고 반항하지 않기때문에 '오태양'같은 분을 보면 경외감마저 느껴지지요.  
여지껏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여호와의 증인'들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이제는 종교의 여부를 떠나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자리가 마련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인정될 수가 있는지 저는 의문입니다.  짐승들조차 자기의 '배고픔'이 문제가 되지 않으면 동족을 죽이지 않는데, 사람들은 '배고픔'이 문제도 아닌데 전쟁을 일으켜서 동족을 죽이지요.

게다가 또, '끕'이 되어야 우리가 또 안 쪽팔리지 않겠습니까?  책에 나오는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들을 보면, 그 옆에 한국이 있다는게 부끄러워질 겁니다.(그 나라가 어디어디냐구요?  북한, 중국, 싱가포르,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터키, 수단, 에티오피아, 예멘, 이집트 ,이란, 알바니아, 그루지야, 알제리.....)


본문의 재미있는 글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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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하지 않은 전쟁에 군대를 보내면서도, 군비축소에 반대하면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비양심적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도, 평화를 이야기하는 데는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평화는 도데체 뭘 의미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면 또 그럴듯한 대답이 돌아올 것입니다.  평화란 그만큼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추상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쉽습니다.  고상하게 평화를 이야기하면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자기가 말하는 평화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 속 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를 실천하기 시작하는 순간, 여러분은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전쟁을 거명하며 반대하기 시작하면 보든 사람이 여러분에게서 등을 돌릴 것입니다.  위선적인 세상은 진심으로 평화를 실천하려는 사람을 결코 용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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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과연 한국 사회가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말할 수 있을만큼 성숙했나는 현실적으로 의문입니다.  한국 사회의 깨지지 않는 성역이 '국가', '민족', 이런 국가 공동체와 관련된 것들인데,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이 모든 것을 깨뜨려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지요(용어의 정의가 바로 '개인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