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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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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본문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처음 저 문장을 접했을 때는, 재미있네, 그럴 수 있겠다, 근데 이걸로 노벨문학상을? 싶었는데.... 곱씹을수록 다가오는 면이 있는 것 같아서 도서관에 있는 책을 빌려서 읽어보았다.
요즘 머리 속에 있는 생각 중 하나가, 인생을 무엇으로 채울까, 어떤 것으로 채워야 의미가 있을까, 아니, 의미가 있다는 게 애초에 소용이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 들인데, 그런 생각 들을 아니 에르노도 했던 것 같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고 이야기를 해 주는 문장처럼 들린다.
지적이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삶을 사는 것과,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배치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부와 같은 물질적인 것도, 지성적인 삶 같은 정신적인 것도, 결국 궁극적으로는 다 생물학적인 번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생물 개체의 존재가,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려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랑의 열정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그리고 여기다 번식을 하지 않고 사랑의 열정만을 추구하면서 산다면, 그야말로 사치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무엇으로 인생을 채워야하는 것일까. -_-;